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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군중심리학에 대한 이해

by L.Dawn 2025. 2. 7.

군중심리학에 대한 이해

군중심리학(群衆心理學, 영어: crowd psychology, mob psychology)은 사회심리학의 한 분야로,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었을 때 나타나는 독특한 행동 양식이나 심리적 메커니즘 및 이 행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겪는 심리적 현상과 변화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군중심리학의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세 학자를 소개한다.
귀스타브 르봉은 군중심리학의 창시자로 평가받고 있다. 1895년 발표한 "군중심리학"에서 그는 군중 속 개인의 변화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르봉에 따르면, 개인이 군중의 일부가 되면 익명성이라는 보호막 속에 있다고 느껴 본능적이고 무의식적인 행동을 하게된다. 특히 그는 개인이 군중 속에 속하게 될 경우, 이성적 판단 능력을 잃고 감정적으로 되기 쉬우며, 타인의 행동을 쉽게 모방하는 특징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그의 이론은 현대 군중심리학의 기초가 되었다.
가브리엘 타르드는 '모방의 법칙'이라는 독특한 관점으로 군중행동을 설명했다. 그는 사회적 행동의 기본 메커니즘이 모방이라고 보았으며, 특히 '공중'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그는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한 장소에 집합하지 않더라도 미디어를 통해 심리적 연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대의 소셜미디어 시대를 예측한 예리한 통찰 및 예견이었다. 그의 이론은 현대에 흔히 발생하는 온라인 군중 현상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통찰력을 준다.
또다른 심리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1921년 "집단심리학과 자아분석"에서 군중심리를  정신분석학적 관점으로 분석했다. 그는 군중 형성 핵심 원리로 구성원들 간의 리비도적 유대와 지도자에 대한 동일시를 제시했다. 프로이트는 개인이 군중 속에서 나타내는 퇴행적 행동이 그들의 무의식적 욕망이 드러나는 것으로 여겼고, 이 현상이 군중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데 일조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론은, 특히 정치적 지도자와 추종자들 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유용한 관점을 제공한다.
개인이 홀로 있을 때와는 달리 군중이 결집하면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게 된다. 군중심리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피암시성(경신성)이다. 이는 군중이 외부의 영향을 쉽게 받으며, 특정한 분위기나 의견에 따라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시위나 집회에서 선동적인 연설이 있으면 참가자들이 쉽게 영향을 받아 행동이 변할 수 있다. 또한 충동성(변이성)이 나타나는데, 군중 속에서는 감정이 쉽게 격앙되며 즉흥적인 행동이 증가한다. 이는 경기장에서의 난동이나 쇼핑몰에서의 패닉 구매 현상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더불어 과장성(단순성)이 작용하여 개개인의 감정이 더욱 단순하고 극단적으로 변하게 된다. 예를 들어, 축구 경기에서 한 팀이 골을 넣으면 관중들이 과하게 환호하거나 분노하는 경우가 있다. 마지막으로, 편협성(전횡성)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며, 군중은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정치 집회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극단적인 의견이 강화되는 현상에서도 볼 수 있다. 요즘 어지러운 정치판에서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하는 시위대를 이런 군중심리가 발동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군중심리가 작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공간적 집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즉, 사람들이 일정한 장소에 일시적으로 모여 있어야 군중심리가 발현될 가능성이 커진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 현장이나 스포츠 경기장 같은 곳에서 군중이 형성된다. 둘째, 공통의 관심사가 존재해야 한다. 군중은 특정한 대상이나 사건에 대해 공통된 관심을 가지며, 이러한 관심사가 사라지면 군중도 해산된다. 예를 들어, 한 정치인의 연설을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같은 정치적 관심을 공유한다. 셋째, 조직화하지 않은 상태여야 한다. 군중은 일반적인 집단과 달리 공식적인 역할이나 지위가 정해져 있지 않으며, 즉흥적으로 형성된다.

이렇게 군중이 형성되면 개인의 행동 방식이 달라진다. 개인 정체성의 상실이 나타나며, 군중 속에서는 개인의 직업, 성격, 가치관 등이 희미해지고 집단의 흐름에 동조하기 쉽다. 예를 들어, 익명의 온라인 공간에서는 평소보다 과격한 발언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기 통제력 저하가 발생하여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기가 쉬워진다. 대규모 시위에서 평소라면 하지 않을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이러한 예다. 더불어 책임감의 감소도 이루어지는데, 군중 속에서는 개인이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덜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흥분한 군중이 상점을 약탈하는 경우, 개별적으로는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사회에서는 군중심리가 더욱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 첫째, 대규모 군중의 지속적 형성이 이루어지고 있다. 도시화로 인해 사람들이 밀집된 환경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군중심리가 작용할 기회가 많아졌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에서 발생하는 작은 충돌도 군중심리로 인해 과격한 다툼으로 번질 수 있다. 둘째, 군중행동과 대중운동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과거에는 군중심리가 주로 일시적인 현상으로 나타났지만, 현대에는 정치적, 사회적 운동과 결합하여 지속적인 대중운동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온라인에서 조직된 시위가 실제 거리 시위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셋째, 매스미디어와 군중심리의 관계가 더욱 긴밀해졌다. TV, 인터넷, SNS 등의 발달로 인해 군중심리는 더 이상 물리적으로 한곳에 모인 사람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가짜 뉴스나 선동적인 콘텐츠가 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온라인 군중심리가 형성될 수 있다. 넷째, 공중과 대중의 개념이 변화했다. 과거에는 군중과 공중이 구별되었지만, 현대에는 대중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대중은 특정한 장소에 모이지 않아도 미디어를 통해 동일한 정보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집합을 의미한다. 이는 여론 형성과 정치적 결정 과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군중심리는 인간 행동의 중요한 요소로, 사회적 변화와 미디어 환경의 발전에 따라 그 모습이 계속 변화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군중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며, 이는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 걸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