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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우리가 싫어하는 사람을 닮아가는 이유: ‘부정적 동일시’의 심리학

by L.Dawn 2025. 2. 17.

우리가 싫어하는 사람을 닮는 이유

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지 않은가? “나는 절대 저렇게 안 살아야지!”라고 다짐했던 부모님과 닮은 모습을 발견하거나, 정말 싫어했던 상사의 말투를 본인이 쓰고 있는 걸 깨닫는 순간 말이다.

“아니, 난 저 사람이 싫은데 왜 점점 닮아가는 거지?”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부정적 동일시(Negative Identification)’라고 부른다. 싫어하는 사람과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우리의 마음과는 달리, 무의식적으로 그들의 행동 패턴을 따라가게 되는 심리적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왜 싫어하는 사람을 닮아갈까?
1. 자주 접하는 것은 익숙해진다
우리의 뇌는 반복적으로 접하는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학습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단순 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라는 심리학적 개념과도 연관이 있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얼굴이나 행동은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더라도 점차 익숙해지고, 결국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 패턴을 따라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부모님과 자주 부딪혔던 특정 말투가 결국 우리의 언어 습관이 되듯이, 자주 마주하는 직장 상사의 특정한 행동이 은연중에 스며들 수도 있다.

2. 감정적 몰입이 기억을 강화한다
감정이 강하게 실린 경험일수록 뇌는 더 강하게 기억한다. 싫어하는 사람과의 경험은 스트레스나 분노를 동반하기 때문에 뇌리에 깊이 각인되는데, 이는 ‘정서적 기억(Emotional Memory)’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매일 반복적으로 상사의 불합리한 지적을 듣고 스트레스를 받다 보면, 그 상사의 특정한 말투나 행동이 머릿속에 강하게 남게 된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말투를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3. 반복적인 자기 점검이 오히려 강화 작용을 한다
우리는 흔히 “나는 절대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행동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아이러니 효과(Ironic Process)’라고 한다. 이는 특정 행동을 의식적으로 피하려 할수록 오히려 그 행동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더욱 강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싫어하는 사람과 비슷해지지 않으려고 계속 신경 쓰다 보면, 오히려 그 사람의 행동이 더욱 선명하게 남고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게 되는 것이다.

4. 동일시를 통한 자기 보호 본능
인간은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해 환경에 적응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를 ‘사회적 학습(Social Learning)’이라고 하는데, 주변에서 자주 보는 행동을 모방함으로써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심리가 작용한다. 특히 싫어하는 사람이 자기 직장 상사이거나 부모처럼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경우, 무의식적으로 그들과 동일시함으로써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

5. 거부하는 것에 대한 집착
심리학에서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대상일수록 더 강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나는 절대 야식을 먹지 않을 거야”라고 계속 생각할수록 오히려 야식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과 같다. 이처럼 싫어하는 사람의 행동을 의식적으로 피하려 할수록 오히려 더 쉽게 따라 하게 되는 것이다.

부정적 동일시를 연구한 심리학자

1. 지크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 – 동일시(Identification) 개념을 제시하며, 우리가 싫어하는 사람조차 무의식적으로 내면화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2. 칼 융 (Carl Jung) – ‘그림자(Self Shadow)’ 개념을 통해 억누른 부정적인 특성이 무의식에서 강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3. 앨버트 밴듀라 (Albert Bandura) – 사회적 학습 이론(Social Learning Theory)으로, 우리가 관찰한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학습할 가능성이 있음을 설명하였다.
4. 대니얼 위그너 (Daniel Wegner) – 아이러니 효과(Ironic Process Theory)를 통해, 특정 행동을 의식적으로 피하려 할수록 더 떠오르고 강화된다는 점을 연구하였다.
5. 레온 폐 스팅어 (Leon Fe stinger) – 인지 부조화 이론(Cognitive Dissonance Theory)으로, 우리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게 될 때 심리적 갈등을 줄이려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음을 설명하였다.
이 학자들의 연구는 우리가 싫어하는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닮아가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부정적 동일시를 피하는 방법
그렇다면 우리는 싫어하는 사람을 닮아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다행히도 이를 방지하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1.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아보기
본인이 싫어하는 사람을 닮아가고 있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스로 인식하는 것보다 타인의 피드백이 더 정확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가까운 친구나 가족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요청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2. 싫어하는 사람이 아닌, 닮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기
“나는 저렇게 하지 않을 거야”보다는, “나는 이런 사람처럼 행동할 거야”라고 긍정적인 본보기를 설정하면 부정적 동일시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존경하는 멘토나 이상적인 역할 모델을 떠올리며 그들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따라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3. 새로운 환경에서 다른 행동 패턴을 학습하기
우리가 싫어하는 사람을 닮아가는 이유 중 하나는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행동 패턴을 학습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취미 활동을 하면서 전혀 다른 유형의 사람들과 교류하거나, 독서를 통해 다양한 사고방식을 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 부정적인 감정을 계속 곱씹지 않기
특정 사람을 싫어하는 감정을 자꾸 떠올릴수록 그 사람의 행동이 더 깊이 각인된다. 차라리 그 사람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모습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에너지를 전환하는 연습을 해보자.


결론
우리의 뇌는 부정적인 감정도 강하게 저장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을 의식할수록 그들을 닮아가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의 행동은 얼마든지 의식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부터 “나는 절대 저렇게 되지 않을 거야”라는 다짐 대신, “나는 이런 사람이 될 거야”라고 긍정적인 목표를 세워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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